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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atuation

w. 아탐

 미디어에서는 종종 흉악한 사건들의 기사가 올라왔다. 금일 떠오른 헤드의 기사 제목들만 해도 실종 사건들이 대부분이었다.

 

 사라진 이들의 틈으로, 근래에는 ‘사실 사라진 사람들은 모두 공통점이 존재한다’ 는 괴담도 꽤나 퍼지고 있었다. 그만치 부자연스러운 공백들이었다. 괴담이든 뭐든 이유가 있을 것만 같은 일련의 이상한 일들. 기자들과 경찰은 나름대로 분주한 듯 보였으나 실상 시간이 간다고 하여 무언가 실마리가 드러나는 일은 없었다.

 

 그녀는 오늘도 어제와 같이 특별한 이상은 없다는 것을 한참 미디어 속에서 확인하고 난 후야 핸드폰의 화면을 껐다. 주변은 어둑어둑해진 지 오래였으며,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드물었다. 이 근방에 있는 CCTV라고는 노후된 것 뿐이라서 행적이 남아있지도 않을 것이다. 금일 돌아다닌 루트를 한번 더 복기하고 나서야 어둠속에서 느리게 한숨을 쉰다. 딱히 안심된 것이라기 보단 매일 있을 루틴처럼 반복되는 그녀의 습관 중 하나일 뿐이다. 아니, 수많은 흉흉한 기사 속에서 이상이 없다고 단정 짓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기준일지 모르겠지만, 그녀에게만큼은 그러했다.

 

 사라진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사라졌는지 알고 있었던 탓이다.

 진상은 목적을 가지고 공통점이 있는 사람들을 인위적인 모든 것을 이용해 납치와 같은 식으로 사라지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솎아내기. 그녀에게 필요한 사람만. 아니, 사람이라기엔 어폐가 있는 표현이다. 마치 다음 날의 식사를 고르듯 신중하고 조심스러웠으며 계획적인 범죄에서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도구나 다른 무언가로 치환되어 대우받았으니. 이 피식자와 포식자 같은 관계는 말 그대로 설명이 가능했다.

 

 속된 말로는 케이크와 포크.

 

 선천적으로 미각을 느낄 수 없는 포크들에게, 최초의 맛을 선물하는 게 케이크. 똑같은 인간의 외형과 속을 하고 있으면서 다른 점이라고는 오로지 그것뿐이었으나 그게 원인이었다.

 

 부드러운 스폰지 시트를 무자비하게 내려찍고 갈라내는 것을 비유라도 한 듯. 누가 처음 생각해낸 작명일지는 알 수 없더라도, 꽤나 가벼운 사람이었을 것이리라 짐작한다. 예비 살인마, 쾌락범, 미쳐버린 사이코. 포크를 부르는 대부분의 호칭은 적나라했다. 숨기지 말라는 것처럼. 그런 와중에 케이크와 포크, 은어로 쓰이기엔 더 없이 나쁘지 않았다.

 

 사람들이 아무리 손가락질한다 해도 결국 그녀 손가락 끝에 있는 것은 인간이다. 외관도 생각도 그녀들과 동일하게 할 줄 알았고, 윤리와 도덕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는 이들이었다. 다만 그것들을 ‘식욕’ 이라는 형태의 욕구 하나와 저울질 할 수 있는 이들인 것만큼은, 타인이 보기에 괴물로 와 닿을지 모른다. 그녀는 부정하지도 동의하지도 않았다. 억울함을 느끼기엔 몇 번이고 저울질을 한 경험이 있었으므로.

 

 다만 그녀는, 조금은 경우가 다른 포크였다. 훌륭하게 주변에서부터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는 것은 당연했지만 가족만큼 가까운 이에 케이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확실하게 다른 이들과 달랐다. 수집욕과 같은 것과도 달랐다. 그녀의 연인은 입안에서 달콤하게 녹아내릴 케이크였고, 그녀는 언제고 그녀 케이크를 뭉개버릴 수 있는 포크였다. 자신 외의 모두에게 숨기고 있을 뿐이지.

 

 늑대와 양 같은 이상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그저 둘이 연인이라서, 그 하나가 이유가 된다. 비록 연인은 모르고 그녀는 계속 속여가면서 만나고 있는 것이라고 하여도. 그녀는 자신의 연인을 사랑하는 것에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케이크라서 좋아한 게 아니라, 원래 이 사람이라서 좋아한 것이라고. 분명하게도 자신의 감정이 앞서있다고 생각했다. 인간답게.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연인은 분명하게 ‘케이크’ 라는 유일무이한 맛을 가진 생명체이고 쉴 새 없이 누군가에게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존재하고 할지언정. 내가 하는 것은 사랑이라고. 결코 케이크라서 사랑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 만일 정말로 케이크라는 것에 이끌렸다면 어느 때건 식욕만이 앞섰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녀의 연인은 형체라고는 남아있지 않을 것이었고, 자신은 후회하면서도 입안의 감각을 되새기며 만족스러워 했을 테니.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인 고찰만큼은 자신 있는 사람으로서, 그러한 가정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것은 순수한 사랑이다. 사랑이 조금 더 앞서 있는, 여느 연인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랑이다. 항상 그렇게 정의내리며 귀결되었다.

 

 하지만 사랑을 한다 하더라도 욕구를 억눌러가고, 인내심을 쓰면서까지 버티는 일상은 간간히 걸림돌이었다. 눈앞에 있는 이가 말을 하면 대화 내용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당장 무방비한 상태가 먼저 들어오는 지경을 겪고 나면 걸림돌이라고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녀는 사랑을 하는 인간이어야 했으므로…. 자신을 비인간적으로 내모는 순간도 기분도 견딜 수 없었다.

 

 튀어나온 돌은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다시 들어가지 않았기에 그녀는 차선의 방법을 택했다.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없다면 없애는 방법뿐이다. 튀어나온 것은 다시 깎아내어서 언뜻 처음과 다름없이 평평해 보이도록.

 

 연인에게는 친구들과의 약속이라고 속이고, 어둠을 틈타 다른 케이크를 무사히 맛볼 수 있는 장소로 향하는 것이 일상 중 하나로 추가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미각 하나를 느껴보겠다고 이런 미친 짓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에는 환멸이 나기도 하나 그것뿐, 변할 것은 없다. 애매한 도덕심마저 점점 튀어나온 돌이 되려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애매한 도덕심은 항상 불안도 같이 낳아서, 그녀에게 혹시라도 꼬리가 밟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수시로 확인하는 버릇마저 들이게 만들었다. 핸드폰으로 간단하게 인터넷을 검색하고, 실종사건들과 기사를 확인하면서도 죄책감이 아니라 겨우 들키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전부인 것이다.

 

  오늘도 별다른 것은 없었다. 이상한 낌새도 없었다. 평상시처럼 케이크 하나는 조각나고 토막나서 입안으로 사라졌으나 평범한 식사였을 뿐이다.

 

  그녀는 여전히 사랑을 하는 사람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고, 연인에게 식욕이 아니라 사랑을 속삭일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끌어안으면 체향이 좋은 게 아니라 아찔해지는 감각을 억누를 수 있을 것이고, 키스라도 한다면 그대로 물어버리고 싶은 인간이 아니게 될 욕구도 참을 수 있을 것이다.

 

  무채색의 세계에서 빛이라고는 오로지 사랑이어야만 했다. 식욕이 아니라, 나의 연인과 함께 있는 것이 전부가 될 수 있어야 했다. 그게 옳을 테니까.

 

  사람이 사라진 일은 금방 중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돌아간다면 연인이 기다리고 있어줄 것이다. 

  평범한 일상, 평범한 사랑. 다른 걸 신경쓰기엔 만끽할 시간이 부족하다.

  나는 사랑받는 사람으로, 그저 오래도록.

 

  그저 오래도록 조용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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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합작은 에본(@Ebon_nim)의 2차 지인제 글 합작입니다. 일체의 무단 전재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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