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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오래도록 조용한 밤이었다

w. 린

 작은 마을의 어귀, 한 아이가 버려져 있었습니다. 그 아이의 이름은 무명이었습니다. 예, 없는 이름이지요. 없어야 할 아이는 결국 버려지고 만 것입니다. 마녀에게 잡아먹히게 될 저주와 소명으로 판정난 아이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습니다. 그런 운명으로 태어난 것이라면 운명을 다 하라고 친부모에게 내침을 당했지요. 눈이 소복이 내린 그 날 밤, 아이는 모든 것에 버림받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하나만은 아이를 구해주었습니다. 마을 어귀에 사는 한 여자였지요. 마을 사람들과 아무런 교류도 없는 젊은 여자였습니다.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마녀의 숲에 유일하게 가는 여자였지요. 그래서 그 여자의 별명은 마녀였습니다. 진짜 그 여자가 마녀인지는 아무도 몰랐어요. 아무도 그 여자에게 다가가지 않았으니까요. 그렇지만 그녀는 외롭지 않았습니다. 오늘 버려진 아이를 보게 되었거든요. 그것도 인간의 무리에서 배척받고 버림받은 아이를요.

 

 “어쩌나. 저는 누군가를 거두지 않아요.”

 

 눈을 가만히 뜨고 쳐다보는 아이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여자의 옷자락을 꼭 잡을 뿐이었지요. 무언가 말을 하려 했지만 아이는 말을 하지 못했지요. 혀가 잘려져 있었거든요. 그저 절박한 눈으로 여자를 붙잡고 있었어요. 결국 여자는 이 아이를 거두고 말았습니다. 아이는 이름이 없었기에 여자는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눈이 가득한 밤에 연을 맺었으니, 눈 설()자를 써서 설이라고요. 설이는 그렇게 여자와 살게 되었습니다. 여자는 매우 평범한 집에 살고 있었어요. 설이는 여자가 자신을 잡아먹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죠. 마녀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이 마녀는 아이들을 잡아먹지도 않았고, 사람을 먹는 것에 흥미도 없었습니다. 그냥 그렇게 이름이 붙여진 것뿐이었어요. 그래서 마녀는 아이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되어버린 것뿐이라는 것에 동질감을 느꼈거든요. 마녀의 시간이 무색할 만큼 설이는 많이 자랐어요. 몸이 큰 만큼 머리도 함께 컸지요. 설이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거둔 이에 대하여 궁금을 표하게 되었습니다. 마녀는 시간에 무뎌서 해()가 지나는 것에 무감각했어요. 몇 년 새 큰 설이한테 그렇게 말하더군요. 며칠 지났다고 그렇게 컸어요? 아이란 발육이 빠르네요. 설이는 엄마에게 손으로 이렇게 물었습니다.

 

엄마는 마녀에요?

 

 마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어떨까요? 마녀일까요, 인간일까요? 라며 그저 웃어 보일 뿐이었어요. 대답을 해주지 않겠다는 무언의 신호였지요. 그러나 설이는 슬프지 않았습니다. 유일하게 자신을 받아준 사람이자 가족이었으니까요. 다만 설이는 문득 마녀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자신의 유일한 가족이 마녀라면은, 처음 마주쳤던 그 날에 설이는 자신을 보았단 이유로 해코지를 당하거나 그 무자비한 계절아래 스러지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설이를 거뒀고, 보통의 부모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 중이었습니다. 마녀야! 잡아서 불태워버려야만 해. 이 아이를 던져주면 우리는 당분간이라도 존속할 수 있어. 설이를 둘러싸던 많은 소리가 설이에게 다시금 되돌아왔습니다. 과연 이 마녀는 설이를 오동통하게 살찌워서 잡아먹으려는 속셈일까요. 과연 마녀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잡아먹힐 운명이라는 것도. 설이는 그런 질문에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런 운명을 제게 내린 것은 예언자라며 사람들이 칭송하는 결국 하나의 또다른 인간일 뿐이고, 자신의 어미를 마녀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도 결국 인간의 입에서 구비되어 퍼져나간 것이었습니다. 설이는 아직도 그 날을 기억합니다. 마녀에게 먹힐 것이라는 한 문장의 저주는 마녀의 자식, 낳아서는 안 되었을 괴물, 흉흉한 힘을 가진 사악함으로 덧칠되어 어느새 자신은 극악무도한 꼬마 아이가 되어있었던 것을요. 아직 무수한 단어의 나열과 배치조차 서툴던 자신의 혀가 간사한 말을 한다며 잘라버렸던 것을요. 어쩌면 사랑받았을지 모른 집안에서 자신을 내친 것은 결국 말이고, 그 말을 내뱉은 인간이었습니다. 설이는 이제 정말로 생각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래. 이제 난 마녀의 자식이지. 설이는 어쩌면 자신이 말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것들을 입에 담는 방법을 알지 못해 다행이야. 설이는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이 집안에 가득한 또 하나의 온기를 떠올렸습니다. 그저 오래도록 조용한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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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합작은 에본(@Ebon_nim)의 2차 지인제 글 합작입니다. 일체의 무단 전재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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